첫눈
그가 그녀에게: 그 밤에, 네 생각을 하며
오늘 첫눈이 온대
괜히 연락할 이유가 생긴 것처럼
아무 말도 못 하고
핸드폰을 쥔 채
창밖만 오래 봤어
너는 늘
괜찮다는 말부터 먼저 했지
나는 그 말이
가끔은 너무 아파서
모른 척 웃기만 했고
네가 버텨온 날들 위로
눈이 내려
조금은 가벼워졌으면 좋겠어
첫눈이 온다는 말에
나는 네 이름을 먼저 불러
잘 지내냐는 말 대신
오늘만은
좀 쉬어도 된다고
말하지 못한 마음들이
눈처럼 쌓였다가
내일이면 녹아도
괜찮아
지금 이 밤을
네가 혼자가 아니라는 걸
바람보다 먼저
전해주고 싶어서
그녀가 그에게: 네가 떠오른 밤에
첫눈이 온다는 소식이
괜히 마음을 느리게 해
아무 일 없던 척
지내던 하루가
갑자기 말을 걸어와
너는 늘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힘든 날을 넘겼지
그래서 나는
네가 약해질 틈을
기다리기만 했어
오늘만큼은
너도 그래도 돼
아무 설명 없이
잠시 멈춰도 돼
첫눈이 온다는 말에
나는 네 이름을 먼저 불러
괜찮냐는 질문 대신
오늘만은
좀 기대도 된다고
네가 흘린 말 없는 한숨도
지나간 계절도
눈이 다 덮어주면
좋겠어
다시 시작하라는 말은
하지 않을게
이미 충분히
여기까지 왔다는 걸
나는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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