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가 시작이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다만 그 시절의 나는, 모든 일이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태였다. 어디로 가고 있는지도, 무엇을 붙잡고 있는지도 모른 채 그저 하루를 통과하듯 살고 있었다. 그날은 특별하지 않았다. 약속된 만남도 아니었고, 거창한 사건도 없었다. 그저 평소처럼 앉아 있었고, 평소처럼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기억에 남지 않을 조건은 충분했다. 그곳이 어디였는지도 애매하다. 카페였던 것 같기도 하고, 작은 식당이었을 수도 있다. 중요한 건 장소가 아니라, 그 장소에 깔려 있던 온도였다. 너무 조용하지도, 너무 시끄럽지도 않은 말이 굳이 앞으로 나서지 않아도 되는 공기. 그녀는 무엇을 말하고 있었을까. 솔직히 잘 기억나지 않는다. 이야기의 요지나 문장의 끝은 이미 사라졌고 남아 있는 건 말 사이에 흘러나온 숨, 그리고 웃음이었다. 왜 하필 그 웃음이었을까. 행복해서도, 감정이 벅차서도 아니었다. 오히려 아무 생각이 없어서 나온 웃음에 가까웠다. 그래서 더 진짜처럼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사람은 보통 웃을 때조차 계산을 한다. 지금 웃어야 할지, 얼마나 웃어야 할지. 하지만 그 순간의 웃음에는 그런 준비된 각도가 보이지 않았다. 나는 그때 왜 아무 말도 하지 않았을까. 반응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반응할 수 없어서였다. 말을 얹는 순간, 그 장면이 현실로 굳어질 것 같았다. 나는 그걸 원하지 않았던 것 같다. 시간은 늘 같은 방식으로 답한다. 아무것도 설명해주지 않은 채, 앞만 보고 흐른다. 그날 이후로 우리는 각자의 속도로 흩어졌고 자연스럽게, 아주 자연스럽게 멀어졌다. 연락이 끊긴 이유를 묻는 건 무의미하다. 대부분의 관계는 이유 없이 끝난다. 정확히 말하면, 이유가 너무 많아서 하나로 설명할 수 없게 될 뿐이다. 그런데도 가끔 아무 예고 없이 그 웃음소리가 떠오른다. 특별한 날도 아니고, 특별한 계기도 없다. 그저 하루가 너무 조용할 때 기억은 스스로 문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