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류장

정류장



모든 이별이
말로 시작되지는 않는다.

어떤 장면은
그저 지나가고,
우리는 나중에야
그게 끝이었다는 걸 안다.



우리는
늘 그렇듯
조금 일찍 도착했다.

너는 휴대폰을 보고
나는 노선도를 접었다.

비가 올 것 같다는 말에
우산을 하나 더 챙겼지만
끝내 펼치지 않았다.

버스는 늦었고
사람들은 서둘렀다.
우리는
서두르지 않았다.

“피곤해 보여.”
“조금.”

버스가 왔고
너는 먼저 탔다.
나는 한 박자 뒤에 따라섰다.

늘 앉던 자리.
너는 창가,
나는 통로.

몇 정류장 뒤
너는 일어났다.

“여기.”
“응.”

문이 열렸고
너는 내렸다.
뒤돌아보지 않았다.

문이 닫히는 동안
나는 움직이지 않았다.

버스는 출발했고
나는 서 있었다.



그날 이후
알림은
울리지 않았다.

우리는
헤어졌다고 말하지 않았고
남아 있지도 않았다.

정류장에서
각자
내렸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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